감사노트 기획 이야기 지금부터 의식의 흐름 언젠가는 꼭 펀딩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자본금의 한계를 넘어 무언가를 창작해볼 수 있다는 펀딩의 이점은 분명한 필요이자 이유였지만, 사실상 펀딩에 있어서 내가 가장 매력을 느낀 부분은 누군가의 공감과 응원을 통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고, 성장한다는 지점에 있었다. 공감과 응원이라니, 이제 막 브랜드를 시작한 우리에게 이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을까. 소상공인 중에 소상공인 중에 소상공인. 작디 작은 마이크로상공인인 우리는 매일 매 순간이 위기이자 기회이고, 불안이자 기쁨이다. 조울증이라도 앓고 있는 것 마냥 시도때도 없이 웃고 운다. 아주 기쁘고 아주 난처한 위태로운 일상을 '일단은 버텨보자', '그래도 해보자'로 일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브랜드를 지속하는 이유는 일종의 믿음이 있기 때문인데, '나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되든 이룰 수 있을 것'이며(사실 나는 포기가 꽤 빠른 편이라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인 부류에 속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예뻐하는 것을 분명 누군가는 나와 같이 좋아하고 예뻐해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믿음과 확신은 또 다른 얘기다. 내게 확신을 줄 수 있는 누군가의 공감과 응원. 그것이 너무 절실했다. 어쩌면 지금이 펀딩을 경험할 가장 적절한 때이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한 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첫 프로젝트는 뭐가 좋을까? 나는 평소 '일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자신만의 기록을 쌓아간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일이니까. 그리고 일기를 꾸준히 쓴다는 것이 보기보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아니까. 나는 이것저것 끄적거리는 것도 좋아하고, 노트와 펜이 주는 온기도 좋아한다. 기록에 대한 욕심도 있다. 그러나 매번 ‘꾸준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새해 버프에 힘입어 다짐도 해보고 (해마다 적는 TO DO LIST에 빠지지 않고 ‘매일 일기 쓰기’가 있었더랬죠) 예쁜 펜, 예쁜 일기장도 사봤지만 그때뿐. 지금까지 쓴 일기장들은 모두 언젠가의 <수학의 정석>마냥 앞부분만 성심성의껏 채워져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기를 꾸준히 쓸 수 있을까?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2017) 고민을 거듭하던 시점에 문득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가 떠올랐다. 영화의 주인공 ‘미스터 모’는 어찌 보면 정말 사소한 일상의 사건 혹은 생각을 매일 기록한다. 이런 그의 일기는 기껏해야 한 두 문장이 전부인데 예를 들자면, 길에서 마주친 어떤 학생을 떠올리며 [2015년 12월 1일. 쓸데없이 인사를 잘 하는 꼬맹이가 있다. 그 꼬맹이가 자라면 쪼다가 될 것이다.] 하는 식이다. 나는 이 영화를 봤을 당시에 이 부분에서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그의 일기가, 책장에 나란히 쌓인 그 아카이브가 너무도 훌륭해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떠올리며 내가 그동안 일기를 너무 거창하게 여겨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예쁜 일기장에 예쁜 펜과 예쁜 글씨로 예쁜 일기를 쓰고 싶은 마음. 기왕이면 멋진 문장으로 꽉꽉 채워내고 싶다는 욕심. 이 모든 허울들을 벗고 일기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내용이 사소하고 단 몇 문장 뿐이라 해도 그 자체로 오롯할 수 있는, ‘나를 위한' 기록을 하자. 내 일기장은 감정의 쓰레기통 그동안 써왔던 일기들을 생각해보자면, 주로 우울하거나 생각이 많을 때 약간은 새벽 감성으로 토해내듯이 쓴 것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언젠가는 일기장에게 ‘너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든 것 같아서 미안해'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기에 그렇게 썼다) 그때 그렇게 반성하며 ‘앞으로는 기쁜일이 있을 때 더 많이 너를 찾도록 할게'하고 다짐도 했는데, 아쉽게도 그 뒤로는 일기가 드문드문해져 결국은 또 다시 일기장 한 권을 다 채우지 못했다. ‘또 다시 이런 일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은데..’ 이번 만큼은 긍정으로 가득한 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나마 살면서 가장 꾸준히 썼던 작년 가을의 일기를 다시 살펴봤다. 제주에서 한달살이를 하는 동안 매일같이 쓴 일기들이었다. 그때 유독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썼는데, 특히 대부분의 끝맺음이 ‘오늘도 감사합니다’였다. 읽다보니 그때의 충만했던 기분이 다시 생생히 떠올랐다. 그래 맞네, 알고 보면 감사한 일 투성이인걸. 일기 쓰기는 귀찮아 ‘꾸준히'의 가장 큰 장벽은 바로 ‘귀찮음’이다. 그렇다면 아예 좀 더 의식적으로 습관화를 하면 어떨까. 요즘 ‘리추얼'이라는 말이 한창 인기다. 리추얼은 ‘(항상 규칙적으로 행하는)의식’을 의미하는 단어로, 본래는 종교적인 의미가 강했으나 최근에 들어서는 ‘나를 위한 습관’, ‘매일매일 지켜내는 나만의 의식'등의 의미로 해석되며 새로이 각광받고 있는 단어다. ‘10분 일찍 일어나기', ‘저녁엔 커피 대신 차 마시기', ‘비타민 챙겨먹기' 등 사소하지만 온전히 나를 위한 어떤 규칙을 설정하고, 반복하는 것이다. 아주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나를 기쁘게 할 습관. 딱이잖아? 일상의 감사함을 일깨워주는 나만의 리추얼, 감사노트 이렇게 '꾸준히 일기를 써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램에서 출발, 하루하루 감사했던 일을 떠올리고 기록해보는 '감사노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아주아주 작고 사소한 것 부터 차근차근. 감사함으로 기억되고, 기록되는 하루하루 ! was yours was mine 의 첫 텀블벅 프로젝트<일상의 감사함을 일깨워주는 나만의 리추얼, 감사노트>는[프로젝트 밀어주기]를 통해 원하시는 만큼 후원이 가능하며,리워드 선택에 따라 다양한 구성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https://tumblbug.com/thankyounote 13 Feburary 2021Noru Yang